융의 심리학과 미술에 대한 이론

[07] 나는 왜 항상 지치고 무기력할까? 감정의 억압과 소진

나날의 나날-생각의 방 2025. 7. 13. 19:01

퇴근 후 무기력해진 나

🔹 1. “왜 이렇게 피곤할까?”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숨을 쉬는 사람들. 퇴근 후, 소파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핸드폰만 바라보는 나. 모든 일을 해냈는데도 이상하게 허무하고 무력한 하루.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지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분명히 문제는 없는데, 마음이 계속 가라앉아요.”

 

이건 단순한 피곤함이 아닙니다. 이건 페르소나가 내 자아를 눌러오며 생기는 심리적 탈진의 신호입니다. 우리는 자주 '감정을 억누르는 습관'을 피곤함이나 민감함으로 착각합니다. 하지만 감정을 억누르는 건 ‘에너지 낭비’가 아니라 에너지 고갈 그 자체입니다.


🔹 2. 감정을 억누르는 습관, 그 시작은 ‘역할’이었다

융 심리학에 따르면, 사람은 사회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 페르소나(가면)를 형성합니다. 이것은 건강한 적응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역할이 내 감정 위에 덮이기 시작할 때 생깁니다.

  • “이 상황에선 화내면 안 돼.”
  • “이런 말 하면 상처 줄지도 몰라.”
  • “내가 흔들리면 안 돼, 모두 날 기대하고 있어.”

이런 생각들은 내 감정을 무시하고 역할을 우선시하게 만듭니다. 그 결과, 감정은 억눌리고, 표현되지 못한 감정은 심리적 피로로 바뀝니다. 저는 사람들이 페르소나가 사람들의 감정을 통해 자신을 확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페르소나가 겪은 감정들을 페르소나에 맞게 감정을 관리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진짜 자아의 흐름은 막히고, 결국 나는 살아있는 감정 없이 ‘기능’만 남은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그 기능은 나를 지배합니다. 즉, 페르소나가 나를 덮어 버립니다. 


🔹 3. 표현되지 않은 감정은 어디로 가는가?

감정은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감정의 저장” 또는 “감정의 잠복”이라고 부릅니다. 억제된 감정은 다른 방식으로 몸과 마음을 통해 표출되죠.

  • 이유 없이 짜증이 나고 신경이 날카로워짐
  • 작은 일에도 과도하게 피로해짐
  • 무기력함이 반복되며 일상 활동 자체가 귀찮아짐
  • SNS나 외부 자극에만 감정이 반응하고, 실제 내 감정은 공허함

이건 내 감정이 아니라 역할이 주도하는 감정 반응 시스템입니다. 내 감정이 진짜 나로부터 나오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에너지를 써도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사라지는 겁니다.


🔹 4. 나의 감정은 누구의 것이었는가?

이제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가 아니라, “이 감정은 정말 나의 감정인가?” 입니다. 페르소나가 강하게 작동하면 감정조차 ‘역할에 맞게 조절된 감정’으로 필터링됩니다. 

 

예를 들어,
기뻐야 할 상황에서도 ‘기쁜 척’을 먼저 고민하거나,
슬픈 일이 있어도 ‘여기서 울면 안 된다’는 이성이 감정을 눌러버리면,

 

감정은 내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 감정 시뮬레이션에 불과하게 됩니다. 지금 내가 느끼는 피로, 우울, 무기력, 짜증. 그건 ‘감정 자체’보다, 감정을 계속 통제하려는 결과로 축적된 피로감일 수 있습니다.


🔹 5. 감정 회복은 에너지 회복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훈련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감정일기라는 구조를 통해 감정을 관찰하고 구별하는 훈련을 해왔습니다. 이제 중요한 건 그 감정 속에 ‘나 아닌 타인의 기대’가 섞여 있는지를 구별하는 해석 능력입니다.

 

✔ 반복되는 감정은 어떤 역할 안에서 나왔는가
✔ 그 감정은 표현되었는가, 억눌렸는가
✔ 그 억눌림의 원인은 무엇이었는가
✔ 그 감정이 사라지지 않고 남긴 잔여감정은 무엇인가

 

즉, 우리는 감정을 우선 느끼고 페르소나를 느낀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페르소나를 인식한 상태에서 페르소나가 느껴야 합니다. 이러한 단계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페르소나를 통해 우리는 감정의 흐름을 자기 에너지로 되돌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마치며 – 무기력은 자아가 보내는 비상 신호다

무기력은 단지 게으름이나 열정 부족이 아닙니다. 그건 ‘감정의 회로’가 막혀 있다는 자아의 경고입니다. 역할 수행에 몰입한 사람일수록, 감정을 억제하는 법을 더 잘 압니다. 그 결과, 감정은 정화되지 않고 축적되고, 자아는 점점 흐릿해지며 살아있다는 느낌도 함께 사라집니다. 이제 감정을 ‘다스리려 하지 말고’, 들여다보고 회복하는 법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진짜 나로 살아가는 여정은 언제나, 억눌린 감정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순간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