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의 심리학과 미술에 대한 이론

[04] 역할 중독: 책임감이라는 이름의 자기 상실-페르소나의 팽창2

나날의 나날-생각의 방 2025. 7. 11. 14:34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나

🔹 1. 언제부터인가 나는 '역할'로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지쳐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에 명확히 대답하지 못합니다.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였고,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했는데도 어딘가 공허하고, 무력하고, 허탈한 감정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 감정의 정체는 바로 역할 중독(페르소나의 팽창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갑니다.

 

엄마, 직원, 친구, 연인, 자녀, 리더…

 

그 중 하나라도 무너질까 봐 스스로를 책임감이라는 이름으로 몰아붙이죠. 

문제는 이 ‘역할’이 나의 감정을 앞지르기 시작하면서 나는 나를 돌보는 방법을 잊어버리게 된다는 점입니다.


🔹 2.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를 지우고 있다

역할 중독은 겉보기엔 성실함, 책임감, 헌신으로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자기 억압, 감정 무시, 정체성 소외로 이어집니다.

 

이런 분들이 자주 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 “나는 항상 강해야 해.”
  • “이건 내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야.”
  • “지금 힘들다고 말하면 안 돼. 내가 버텨야지.”
  • “나보다 다른 사람이 더 중요해.”

이런 사고는 시간이 갈수록 ‘나는 어떤 사람인지’보다 ‘어떤 역할을 잘 해내는 사람인지’에 더 몰두하게 만듭니다. 그 결과 우리는 스스로를 평가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게 되고, 감정은 억눌리고, 자기 인식은 흐려지며, 결국 진짜 나는 어디에도 없게 됩니다.


🔹 3. 책임감의 가면이 감정을 억누른다

진짜 위험한 순간은,

 

자신이 지치고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할 때입니다.

 

책임감의 가면을 오래 쓰다 보면 피로, 짜증, 슬픔, 무기력 같은 감정이 ‘표현할 수 없는 것’, 혹은 ‘표현해서는 안 되는 것’이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우리는 역할의 틀 안에서 감정을 숨기고, 욕구를 누르고, 진짜 자아를 후순위로 밀어냅니다. 역할이 나를 지탱하는 게 아니라,

 

나를 잠식하고 있다면,


그건 이미 역할 중독 상태입니다.


🔹 4. 나를 우선순위에 놓는 훈련

‘책임’을 지는 삶은 분명 귀하고 소중합니다. 하지만 ‘나를 제외한 모든 것에만 책임지는 삶’은 결국 자기도, 타인도 상처 입히게 됩니다. 이제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진짜 나의 감정에 책임을 지는 삶을 선택해야 합니다.

✔ ‘지금 내 감정은 무엇인가?’를 자문하기

아침, 오후, 자기 전. 어느 때라도 그 순간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짧게 메모해보세요. 이 단순한 루틴이 감정 억제에서 감정 인식으로의 전환점이 됩니다.

✔ “나는 나에게 얼마나 친절한가” 체크리스트

하루 동안 나를 위로한 적이 있는지, 내 편을 들어준 적이 있는지를 적어보세요.
그 항목이 없다면, 지금 당신은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 “내가 아니어도 되는 일은 무엇인가?” 목록 만들기

모든 걸 내가 다 책임질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
타인에게 넘겨도 되는 역할을 적고
그 중 1가지를 실천하세요.
이 작은 실천이 자기 회복의 시작점이 됩니다.


🔹 5. 진짜 책임은 나를 지키는 것이다

좋은 사람은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을 돌보면서도 주변과 건강하게 연결되는 사람입니다.

 

‘역할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알고,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이 진짜 강한 사람입니다. 당신은 무너져야 할 존재가 아닙니다. 다만, 너무 오랫동안 가면을 쓴 채 ‘나’보다 ‘역할’을 앞세워 살아온 것뿐입니다. 이제는 나 자신에게 “이 정도면 충분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진짜 책임은 ‘나를 포함하는 책임’에서부터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