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의 심리학과 미술에 대한 이론

[08] 감정은 어떻게 왜곡되는가: 페르소나는 감정의 필터다

나날의 나날-생각의 방 2025. 7. 13. 20:16

감정의 필터, 페르소나, 사람의 마음, 자아정체성

🔹 1. 내 감정이 왜 낯설게 느껴질까?

“내가 이 상황에서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날까?”
“기쁜 일인데 왜 기쁨이 느껴지지 않지?”
“이건 분명 슬픈 일인데, 눈물은커녕 공허함만 남아…”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자기 감정인데 낯설고, 이해되지 않고, 때론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순간들. 이럴 땐 흔히 ‘스트레스 때문’, ‘예민해서 그래’, ‘무뎌진 거야’라고 넘어가지만 이는 페르소나라는  인식 없이 감정을 너무 직접적으로 받으며, 자기 자신이 그 감정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자아도 상실한 채, 감정을 느끼며 다른 사고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한 가지 관점을 제시합니다. 바로, 감정이 생성된 후 그것을 외부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페르소나'라는 필터를 거치자는 것입니다


🔹 2. 융의 이론을 넘어서:  페르소나 후에 감정을 해석한다

융은 페르소나를 “사회적 역할을 위해 만들어낸 외적 자아”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이 페르소나는 자아를 억누르거나 자아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았죠. 하지만 나날이님은 여기에 한 가지 관점을 더 추가합니다.

“감정은 외부로부터 먼저 발생하며,
그 감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표현할지는 페르소나의 필터를 통해 나 자신이 결정한다.”

 

즉, 감정이 먼저이고 페르소나는 그 감정을 ‘어떻게 느낄지’ 조율하는 일종의 필터라는 것입니다. 

이건 매우 중요한 전환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감정을 억누르는 페르소나’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가공해서 내외부에 전달하는 필터로서의 페르소나를 인식하게 되는 것이죠.


🔹 3. 이 필터는 어떻게 감정을 해석하는가?

이제 본격적으로 감정 왜곡의 메커니즘을 들여다봅시다.

✔ 감정의 왜곡 경로는 이렇게 흘러갑니다:

감정 발생 → 페르소나 필터 통과 → 수용할 감정과 거절할 감정 조절 → 감정 수용과 외부 표현  

 

예를 들어,

이 경로에서 핵심은, 페르소나는 감정을 ‘억누르는 존재’가 아니라 ‘판단하고 조절하는 존재’라는 점입니다. 페르소나라는 필터를 사용한다면 우리는 감정을 느낄 때 무조건 반응하지 않습니다. 느낀 감정이 내게 위험한지, 해롭지는 않은지, 지금 상황에 적절한지를 판단하게 되죠. 그 판단의 중심에 바로 ‘역할화된 자아’, 즉 페르소나가 있는 것입니다.


🔹 4. 그래서 무의식 일기가 필요한 이유

무의식 감정 일기는 이 필터를 ‘보이게’ 하기 위한 훈련입니다. 감정을 단순히 쓰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나는 이 감정을 수용하고, 어떤 기준으로 거절했는지’ 를 스스로 자각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즉, 감정이 지나간 흔적을 따라가며 “나는 왜 이 감정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왜 이 감정을 부끄러워했을까?”, “그 기준은 나의 것인가, 타인의 기대인가?” 를 계속해서 물어보는 겁니다. 그리고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어떻게 내 스스로 이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 보는 것이죠. 이것이 페르소나의 필터화입니다. 그렇게 자각이 시작될 때, 우리는 ‘감정 해석 주도권’을 페르소나에 넘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각’을 통해 페르소나를 재설계할 수 있는 존재가 됩니다.


🔹 5. 마치며 – 감정을 해석하는 힘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페르소나는 더 이상 나를 억누르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것은 내 감정을 내가 선택한 기준으로 걸러내기 위해 만들어낸 심리적 필터입니다. 내가 자각하고 조율할 수 있다면 가장 강력한 자기 보호막이자 감정 해석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무의식 일기는 단순한 감정 기록이 아닙니다. 그건 내가 지금 어떤 필터로 감정을 해석하고 있는지를 추적해가는 과정입니다. 이 훈련이 지속되면, 그리고 내가 어떤 기준으로 감정을 조절하고 있었는지 명확히 인식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곧 ‘페르소나의 필터화’이며, 이제 감정은 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여 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것으로 전환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역시, 그 필터를 자각할 수 있는 힘을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