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현대인의 '가면 증후군', 페르소나의 팽창에 대해서 칼 융의 이론과 함께 설명하겠습니다.
🔹1. 사회 속 ‘나’는 정말 나일까? 페르소나의 정의
누구나 사회에서 하나 이상의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그건 오히려 좋은 일이에요.
칼 융(Carl Jung)은 이런 가면을 ‘페르소나(persona)’라는 개념으로 소개했습니다. 인간 내면의 구조를 분석하면서 나온 이름이죠.
어려워 보이지만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른 바 '부캐'라는 캐릭터로요. 요즘 연예인들 중 어떤 연예인들은 분장을 충실하게 해서 이른 바 '부캐'라는 것을 만듭니다. 유재석 님이 트로트 가수 유산슬이라는 캐릭터를 만든 것처럼 말입니다. 이러한 '부캐'는 그런 연예인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서도 충분히 일어나는 일이라는 거죠.
회사에서의 나, 친구들 앞의 나, 가족 앞의 나.
우리는 매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때로는 그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본래의 감정이나 생각을 숨깁니다. 이건 아주 자연스러운 사회적 활동이에요. 이는 사회적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외부에 보여주는 가짜 자아로, 타인과 원활히 관계 맺기 위한 일종의 사회적 보호막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회사에서의 나, 친구들 앞의 나, 가족 앞의 나, 이런 것들이요. 심지어 친구들도 무리마다 다 다릅니다. 하지만 이 페르소나가 자아보다 더 커질 때,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스러워진다. 자아는 점점 억눌리고, 삶은 타인의 기대를 연기하는 연극처럼 변합니다.
🔹 2. 융 심리학에서 나타나는 '가면 증후군', 페르소나의 팽창
문제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어떤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들에 지나치게 몰입하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내가 '나 자신'이 아니라 '캐릭터' 자체가 되어 버리는 현상이 생깁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유재석 님이 트로트 가수 유산슬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유재석 님의 또 다른 역할인 MC를 봐야 할 자리에서, 트로트가수처럼 행동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문제가 생깁니다. 아니면 MC 역할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가정에서조차 MC처럼 행동한다고요. 그러면 역시나 문제가 생깁니다.
이렇게 역할에 지나치게 몰입한 상태가 계속 이루어지면 어느 순간 진짜 ‘나’는 사라지고 역할만 남습니다.
이처럼 가면, 즉, 페르소나가 다른 페르소나 또는 나 자신 즉, 자아를 압도하고, 무시하며 자신의 역할만을 키워가는 현상을 우리는 ‘가면 증후군’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 3. 페르소나의 팽창, 가면에 지배당한 삶이 초래하는 문제들
역할에 몰입한 사람의 삶은 타인의 기대를 연기하는 연극처럼 변합니다. 이러한 연극만을 지속한다면 그 사람은 다양한 심리적 부작용과 갈등 관계를 가지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정체성의 혼란, 감정의 왜곡, 자존감 저하, 인간관계의 피로, 우울과 불안 등의 정서적 탈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남성은 직업이 군인이며, 아내와 아이 둘이 있습니다. 이 남성은 군인으로써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진급, 업무, 다양한 직장 내 일들에 집중하며 그 역할 자체에 몰입하게 됩니다. 집에서도, 외부에서도, 직장에서도요. 군인은 대체로 규율을 중시하고 상명하복을 원칙으로 합니다. 이러한 특성이 직장에서만 발휘되는 게 아니라, 가정에서도 발휘됩니다. 그러면 아내와 아이들 또한 어떠한 규율을 반드시 지켜야 하고 서열을 나누게 되겠죠. 그 순간 가정의 평화는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단순한 예시입니다.)
이러한 현상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종종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
“지금 이 감정이 내 것인지 타인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헷갈린다”
"내가 뭔지 모르겠다"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이는 단순한 스트레스가 아닌, 자기 상실에 가까운 정신적 위기일 수 있습니다.
🔹 4. 나와 페르소나 사이의 균형 회복하기, 페르소나의 객관화
이러한 ‘가면 증후군’은 대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칼 융은 먼저 자신의 페르소나를 ‘객관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나 자신 즉, 자아는 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역할이 내 감정과 자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을 객관화라고 합니다. 감정이 생겼을 때, 이 감정이 진짜 내 것인지 혹은 사회적 역할에 의해 유도된 감정인지 구분하는 훈련도 필요해집니다.
저는 이때 객관화의 정의를 칼 융의 정의와 함께 추가로 더 정의를 설정했습니다. 페르소나가 먼저 있고, 내 감정이 일어나는 게 아닌, 내 감정이 일어나고 페르소나를 인지하게 된다는 전제를 두고, 페르소나를 가면이자, 감정의 필터로 설정하는 것입니다. 이를 저는 칼 융이 주장하는 '객관화'의 다른 방법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후 시리즈에서 더 서술하겠습니다. 오늘은 페르소나와 객관화가 무엇인지만 알아도 충분합니다.
🔹 5. 진짜 나를 위한 선택
우리는 모두 다양한 역할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 역할이 ‘나’를 대체하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 가면은 필요한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하지만, 그 가면이 내 삶을 지배하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 진짜 나를 회복하기 위한 여정은 바로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페르소나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감정을 분별하며, 자기 인식을 훈련해 나간다면 우리는 점차 ‘가면 뒤의 나’와 다시 연결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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